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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취업기 – 중소기업 회계팀에서 운용사로 넘어오게 된 이유

oloolo 2025. 11. 10. 15:06

처음부터 금융업을 꿈꿨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회계라는 단어가 익숙했고, 숫자를 다루는 일이라면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첫 회사로 중소기업 회계팀에 입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이름은 회계팀이었지만, 실제로는 총무·행정·심부름 업무까지 전담하는 포지션이었어요.
매달 같은 서류, 반복되는 루틴, 변화 없는 환경 속에서 점점 ‘이 길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계팀 현실에서 느낀 한계

처음엔 작은 회사라 여러 일을 배우겠다는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점점 “회계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일”보다는
단순 행정 업무에 시간을 대부분 쓰게 되더라고요.

📌 하루 대부분은 결재문서 올리고, 소모품 발주하고, 거래명세서 정리.
숫자보다 문서에 치이는 일상이 반복됐습니다.

그때부터 “이왕 숫자를 다룰 거라면, 돈의 흐름을 진짜로 이해할 수 있는 업종에서 일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의 한마디가 바꾼 커리어 방향

그 무렵, 금융권에 있던 친구가 제 얘기를 듣고
“자산운용사 백오피스 쪽은 숫자 감각 있는 사람을 선호해”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그 친구 회사에서 트레이딩과 펀드회계 담당 직원을 찾고 있었고,
규모는 크지 않았어요. 직원 약 30명 정도의 일반사모 자산운용사.

큰 조직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운용사로 커리어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운용사, 숫자 속에서 배우다

처음 맡은 일은 트레이딩 보조와 펀드회계(Fund Accounting).
처음엔 낯선 용어 투성이였지만,
“돈이 시장을 어떻게 돌아다니는지”를 직접 보는 느낌이었어요.

🧩 예를 들어,
아침에 운용역이 주문한 매매내역을 확인하고
오후엔 예탁원 기준으로 자산대사를 맞추고,
저녁엔 기준가를 산출해서 다음날 보고하는 일.

단순히 숫자를 입력하는 게 아니라
펀드 전체의 자금흐름을 관리하는 과정이었죠.
회계적 사고가 필요한 동시에, 리스크 감각도 키워야 했습니다.


작은 운용사에서 배운 실무의 깊이

대형사처럼 체계적인 교육은 없었지만,
작은 조직이었기에 모든 프로세스를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운용, 리스크, 백오피스가 한 층 안에 다 있었거든요.

덕분에 자산운용의 전 과정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 매매→결제→기준가 산출→신탁보고→감사 대응까지
    한 사이클을 다 이해하게 되니, 숫자에 생명이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회계와 금융이 완전히 분리된 게 아니라,
한 흐름 안에 있다는 걸 깨달은 시기”였습니다.


 ‘운용사’라는 업의 매력

자산운용사의 일은 겉으로 보면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자리예요.

매일매일 변하는 금리, 환율, 주가 속에서
숫자를 통해 투자자의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펀드회계는 “하루 단위로 회계결산을 하는 직무”라
정확성과 집중력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저는
‘이제야 진짜 돈의 흐름을 배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커리어의 다음 단계로

물론, 소규모 운용사에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인력 구조가 작다 보니 체계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떠맡아야 했죠.
하지만 그 덕분에 리스크관리, 회계, 펀드보고, 자산대사 등
운용사의 거의 모든 백오피스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이 훗날 “신기술투자조합(신기사)”로 커리어를 확장하는 발판이 되었어요.
(👉 다음 편에서 다룰 내용입니다.)


 정리하며

구분 회계팀 시절 자산운용사 시절
주요업무 문서·총무 중심 펀드회계·자금관리
배운 점 조직 프로세스 이해 금융 데이터·리스크 감각
만족도 단조로움, 성장정체 빠른 학습, 시장 체감
커리어방향 안정지향 전문성 지향

“첫 회사에서는 일을 배웠고,
두 번째 회사에서는 돈의 흐름을 배웠습니다.”


💬 마무리

자산운용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숫자와 논리를 통해 ‘돈의 신뢰’를 다루는 산업이에요.
저처럼 비전공자 혹은 다른 직무에서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제가 경험한
운용사 내 부서별 특징과 연봉 현실,
그리고 커리어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를 구체적으로 다뤄볼게요.